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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 육아

어렵고도 어렵다, 힘들고도 힘든 모유수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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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도 어렵다, 힘들고도 힘든 모유수유 이야기 

임신 중에는 여러 의사 선생님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나는 꼭 모유수유를 해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때는 당연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유수유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 전혀 몰랐다.
아기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모유수유는 엄마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출산 후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내가 출산하던 때는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병원에서 모자동실이 불가능했다.
5일간 입원해 있는 동안 아기는 정해진 시간에 창밖에서만 볼 수 있었고, 모유수유는커녕 젖이 도는 느낌조차 없었다.
아마 무통 주사를 맞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모유수유를 생각할 정신조차 없었던 것 같다.
출산 직후에는 내 몸이 회복되는 게 먼저인데,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결국 5일 동안 젖이 거의 말라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 건, 아기를 처음 데려다줬을 때 젖을 물리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처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 첫 순간을 놓쳤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냄새를 찾아 젖을 빠는 본능이 있다고 하잖나.
그 본능을 따라 엄마 품에서 첫 수유를 했어야 했는데, 환경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그게 불가능했다.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조리원에서의 도전, 그리고 좌절

조리원에 들어가서야 본격적으로 모유수유를 시도했다.
간호사들과 조리원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면서 유축기도 사용하고, 직접 물려보는 연습도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조리원에서 유축, 30ml 도 안나오는 모유 ㅠㅠ

 

유축을 해도 한 번에 나오는 양이 너무 적어서, 눈앞의 결과에 마음이 점점 무너졌다.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산후도우미가 오셨는데 그분에게 유축한 젖을 보여드렸더니 20ml 정도 나왔나 싶을 정도였다.
그걸 보고 도우미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 한 번에 마음이 너무 상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가볍게 반응하니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결국 그날 바로 도우미 교체를 요청했다.
그만큼 모유수유라는 건 단순히 젖을 먹이는 행위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과 자존감이 함께 걸린 일이었다.

새로 오신 도우미는 전혀 달랐다.
그분은 “유축하지 말고 그냥 아기한테 바로 물려보세요. 아기가 직접 빨아야 젖이 돌아요.”라고 하시며 유두보호기를 추천해주셨다.
유두보호기를 처음 알게 되었고, 바로 구매해 시도해봤다.
신기하게도 아기가 빨기 시작했다.
그때 진짜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젖이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이고, 아기의 입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는데 그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웠는지 몰랐다.

물론 실리콘 꼭지로 함께 물리다 보니 더 눌려서 그런지 유두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이걸로라도 빨 수 있다면, 이걸로라도 아기가 먹을 수 있다면…”
그 생각 하나로 버텼다.
그렇게 유두보호기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우리 모유수유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유두보호기 사용하며 수유량이 늘어남 50ml 달성!


 혼합수유, 그리고 다시 희망이 싹트다

유축을 해보면 젖의 양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분유를 함께 먹이기 시작했다.
‘이건 실패한 거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아기가 배고파하지 않고 잘 자는 게 더 중요했다.

병원에서부터 젖병을 물린 탓인지, 아기가 내 젖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유두보호기를 꽤 오랫동안 사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의 빠는 힘이 점점 강해지더니, 어느 날부터는 유두보호기 없이도 바로 젖을 물었다.
그 순간 정말 뭉클했다.
“아, 이제 진짜 우리 둘만의 수유가 가능하구나.” 하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50일 쯤 병원에서 유축, 80ml 이상이 나옴


그렇게 하루하루 수유를 이어갔다.
양은 여전히 많지 않았지만 그 시간 자체가 너무 소중했다.
아기가 오물오물 움직이면서 젖을 빠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따뜻한 순간이었다.
모유수유를 하고 나면 가슴속 묵직하던 게 시원하게 빠지는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기와의 교감이 깊어지는 게 느껴졌다.
항상 수유 후에는 분유를 더 타서 먹였지만,
그래도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값졌다.

결국 그렇게 10개월 동안 모유수유를 이어갔다.
양이 적었어도, 모유든 분유든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수유 중에 그림으로 남긴 너무 예쁜 우리 아기..

 


 단유의 시간, 그리고 마음의 정리

그러다 결국 단유의 시간이 찾아왔다.
‘근육동통증후군’으로 밤에 잠조차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서 약을 복용해야 했다.
약을 먹기 시작하니 모유수유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약 1주일 정도 지나니 젖이 완전히 말라버렸다.

사실 모유수유 자세가 통증을 더 유발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때는 아기가 이미 분유를 잘 먹고 있었고, 이유식도 거부감 없이 잘 먹었다.
그래서 “이제 괜찮아. 나는 충분히 해냈어.”라는 마음으로 단유를 받아들였다.

돌이 지나고 나니 아기가 우유도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서
이젠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자연스럽게 수유가 마무리된 게 정말 다행이었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돌 이후 젖 떼기가 더 어렵다고 하던데,
그런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감사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

이 글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 모유가 잘 안 나와서 속상한 사람들, 유축해도 양이 적은 사람들,
아기가 젖을 안 빨아서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절대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유두보호기라도 꼭 써보라.
그리고 유축을 하면 젖병을 물려서 먹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적응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유축보다는 아기가 직접 빠는 힘을 믿어보라.
시간이 지나면 정말 달라진다.
혼합수유도 괜찮다.
나 역시 분유 비중이 훨씬 많았지만, 우리 아이는 정말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랐다.

밤수유는 분유로 바꿔도 괜찮다.
아빠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그 덕분에 잠시라도 쉴 수 있었고, 남편과 함께 육아를 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혼합수유가 설거지 등등 일이 많을 것 같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아기를 낳고 나면 그런 걱정은 사라진다.
아기가 잘 먹는 걸 보면 번거로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엄마 마음엔 결국 “우리 아기 잘 먹고 건강하면 됐지.”라는 생각만 남는다.


 모유수유의 좋은 점 정리

  • 아기에게 면역력을 높여주고 각종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 엄마의 자궁 수축을 도와 산후 회복이 빨라진다.
  • 수유 중 옥시토신이 분비돼 엄마의 마음이 안정되고 우울감이 줄어든다.
  • 아기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깊어진다.
  •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온도로, 비용 부담 없이 아기에게 줄 수 있다.

 마무리하며

모유수유는 정말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엄마의 노력, 눈물, 그리고 사랑이 모두 담겨 있었다.
나는 양이 적어서, 혼합수유를 해서, 유두보호기를 써서
많이 흔들렸지만 결국 해냈다.

이 글을 읽는 엄마들이 나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해보길 진심으로 응원했다.
모유든, 분유든— 아이와 엄마가 행복하다면 그게 가장 완벽한 수유법이다.

 

다음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 50일도 되기전에 탈장 수술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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